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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

면도날 - 서머싯 몸

by 밝게웃다 2017. 4. 6.

면도날

 

인생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책을 찾았다. 빵굽는 타자기와 면도날을 굶주린 듯이 다시 읽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바닥을 긁고 있는 생활만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경험을 쌓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을 떠나 래리.

우리가 자주 인생에서 떠올리는 물음과 크게 동떨어져있지 않다.

세상의 악이란 왜 생겨난 것일까. 허망하게 사라질 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양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와 로맨스가 펼쳐진 뒤 래리의 답은 책 말미에 나온다.

 

 

래리는 그 일로 인해 인생의 무상함을 강렬하게 느꼈을 거야. 그리고 이 세상의 죄악과 슬픔에 따르는 보상 같은 것들에 대해 고뇌하지 않았을까 싶어.

그건 너무 병적이고 음울한 얘기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받아들여야죠.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죠.

저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여자예요.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요.

 

당신은 정말 너무 현실감각이 없어. 내가 뭘 원하는지 전혀 모른다구. 나는 아직 젊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 남들이 하는 것들을 하고 싶단 말이야. 파티에도 가고, 춤추러도 가고싶고, 골프도 치고 승마도 하고 싶어. 예쁜 옷도 마음껏 입고 싶고. 친구들처럼 멋진 옷을 못입는게 여자한테는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알아?

 

제가 어떤 여잔지 아시잖아요. 저는 커다란 쇼윈도가 줄줄이 이어진 콘크리트 보도를 걸으면서 모자나 모피코트, 다이아몬드 팔찌, 금장 화장품 케이스 등을 구경할 수 없으면 행복을 느낄수 없는 여자라구요.

 

거짓말은 그만두라구. 이사벨. 네가 래리를 포기한 건 다이아몬드와 모피 코트 때문이었잖아.

 

 

선량하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대체 악은 왜 창조한 겁니까?

 

 

윤회가 세상의 악에 대한 설명이 되는 동시에 그것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으세요? 우리가 겪는 나쁜 일들이 전생에 지은 업보라면 그저 단념하고 견뎌 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 하지만 그렇다면 왜 신은 처음부터 고통이나 불행이 없는 세상을 창조하지 않은거지?

힌두교 사람들은 처음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할 겁니다. 개인의 영혼은 우주와 함께 영겁토록 존재해 왔으며 그 성격은 전생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입니다.

 

라마크리슈나는 이 세상을 신의 장난으로 보았아요. 그것은 유희와도 같으며, 그 유희에는 기쁨과 슬픔, 미덕과 악덕, 지식과 무지, 선과 악이 존재한다. 삼라만상에서 죄와 고통이 모두 제거되면 그 유희는 끝을 맞는다라고 말했죠. 하지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생각을 거부하고 싶습니다.

제가 주장 할수 있는 건, 절대자가 이 세상에 그 자신을 현현했을 때 선과 악이 본질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에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도 오직 악과 결합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미국으로 돌아갈겁니다.

뭐하러?

살러요.

어떻게?

인내를 갖고 평온하게. 자비롭게. 욕심없이 그리고 금욕적으로.

내생각엔 육체적인 요구와 정신적인 요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지혜로운 일인 것 같은데.

 

 

돈은 나한테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줬거든. 그건 바로 자유지. 돈이 있으면 못마땅하게 구는 사람한테 언제든 꺼져 버리라고 말할 수 있잖아. 그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자넨 모를거야.

 

하지만 저는 꺼지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데요. 설사 그런 사람이 생겨도 은행에 잔고가 없다고 못하지는 않을 겁니다. 선생님한테는 돈이 자유를 의미하지만 저한테는 속박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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